[4화] 나의 첫 '나홀로 소송장', 그리고 첫 번째 실수 (feat. 보정명령)
(대표 이미지: 법원으로부터 온 '보정명령' 문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이라는 글자와 직인이 선명하고, 사건번호와 '보정명령'이라는 제목이 보이도록 클로즈업한 사진. 개인정보는 모두 흐리게 처리.)
▶ [지난 이야기] 3화 - 소방서 신고한 날 밤, 윗집의 8시간 '홍두께 보복'이 시작됐다
지난 3화, 8시간의 홍두께 지옥 끝에서 나는 '전자소송'이라는 희망을 발견했다. 하지만 결심과 실행은 다른 이야기였다. 진짜 전쟁은 법정 서류 위에서, 내 방 컴퓨터 앞에서 시작되었다.
일주일간의 사투: 증거와 법률 사이에서
나는 그날 이후, 일주일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비슷한 사례들을 미친 듯이 찾아보고, 법 조항들을 읽고 또 읽었다. 법은 어렵고, 용어는 낯설었다.
증거도 문제였다. 그날 밤의 녹취는 3-4개뿐이었다. 30분 간격으로 계속된 소란을 모두 담기엔 나도, 내 스마트폰도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나는 결심했다. '있는 증거만으로 싸우자. 사실이 나의 가장 큰 무기다.'
그리고 2024년 6월 27일, 나는 첫 소장을 쓰기 시작했다. 20년간의 울분과 그날 밤의 공포, 그리고 나의 결심을 꾹꾹 눌러 담았다. 장장 4시간에 걸쳐 **'옥상 불법점유 부당이득금 청구의 소'**의 소장을 완성하고, 마침내 [소장 제출] 버튼을 눌렀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 그리고 일주일의 평화
소장을 제출한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동시에 엄청난 해방감이 밀려왔다.
"해냈다. 변호사 없이, 내 힘으로 해냈어."
더 이상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던 피해자가 아니었다. 나는 내 권리를 스스로 찾아 나선 전사였다. 그 뿌듯함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마치 내 손에 아주 강력한 힘이 쥐어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은 평화롭게 흘러갔다.
법원의 첫 전화, 그리고 '보정명령'이라는 이름의 첫 과외
일주일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법원이었다.
"원고 OOO 씨 되시죠? 제출하신 사건 관련해서 소송비용이 미납되어 보정명령이 나갔습니다."
머리가 하얘졌다. '소송비? 계좌번호 적어서 냈는데?'
며칠 뒤, 법원으로부터 문서가 하나 날아왔다. 바로 이것이었다.
(이미지 설명: 사용자가 제공한 '보정명령' 문서 이미지. '1. 인지대 9,000원, 2. 송달료 52,000원' 부분이 하이라이트 되어 있음.)
나는 소장에 계좌번호를 적으라는 칸이 있어서 적어냈기에, 당연히 자동이체되는 줄 알았다. 완벽한 착각이었다.
★ 형님's 꿀팁: '보정명령' 받고 당황하지 마세요! (feat. 소송비용 납부)
'보정명령'은 벌을 주는 게 아니라, "서류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고쳐서 다시 내세요"라는 친절한 안내장입니다. 절대 쫄 필요 없습니다.
특히 저처럼 소송비용(인지대, 송달료) 납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 전자소송에서 소장을 제출하고 나면, 절대 자동이체되지 않습니다.
- 반드시 [전자납부] > [소송비용납부] 메뉴로 직접 들어가야 합니다.
- 사건을 선택하고, 가상계좌 이체 또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끝!
저처럼 법원까지 직접 가는 헛걸음, 절대 하지 마세요!
결국 나는 다음 날, 연차까지 내고 직접 법원에 가서야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할 수 있었다.
나의 첫 번째 반격은 이렇게 어설펐다.
하지만 이 실수는 내게 61,000원의 소송비와 함께 값진 것을 가르쳐주었다. 이 길은 완벽해야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 실수하고, 배우고, 바로잡으며 나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그렇게 나의 어설픈 첫 소장은 법원의 가르침에 따라 수정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보정된' 소장에 윗집 빌런의 첫 '공식 답변'이 도착했다.
다음 이야기:
[5화. 판사님께 배우다: 상대방을 압박하는 '청구취지' 작성법]
'보정명령'에는 소송비 문제 말고도 더 중요한 내용이 있었다. "청구취지 2항은 부적합하니 고쳐라!" 판사님이 직접 알려준, 상대방을 압박하는 '청구취지' 작성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다음 편에서 그 핵심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