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은 범죄자입니다." 27년의 고통, 형사고소장 한 장에 담아 경찰서에 제출했습니다.

 윗집 빌런과의 사이다 복수극 제8화


"이제 당신은 범죄자입니다." 27년의 고통, 형사고소장 한 장에 담아 경찰서에 제출했습니다.

지난 화에서, 나는 법원의 '조정'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지난 이야기▶ 7화: 법원의 제안, "조정"이라는 첫 번째 관문) 빌런 측 역시 뒤늦게나마 조정을 거부하면서, 우리의 싸움이 더 이상 대화나 타협으로 끝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조정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나의 '승리'로 넘었다는 작은 정신 승리는 달콤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건 방어였을 뿐, 공격이 아니었다.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칼을 뽑아들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야만 했다.

왜 '형사 고소'인가: 돈을 넘어 '벌'을 주기 위하여

지금까지 진행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은 민사 소송이다. 쉽게 말해 "네가 나에게 끼친 금전적 손해를 물어내라"는 '돈'에 관한 싸움이다. 하지만 민사 소송만으로는 저 오만하고 무도한 인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는 이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확실하게 밟아놓지 않으면, 빌런 같은 부류들은 더욱 기세등등해진다.'

돈을 돌려받는 것을 넘어, 저 사람의 행동이 **'범죄'**임을 인정받고, 법의 이름으로 **'벌'**을 받게 해야 이 지긋지긋한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형사 고소'라는, 민사 소송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칼을 뽑아들기로 결심했다.

형사 고소장 작성 A to Z: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

9월 4일. 나는 '형사 고소장'을 쓰기 위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나 홀로 소송'을 하는 분들을 위해, 내가 직접 부딪히며 작성했던 과정을 최대한 상세하게 공유해 보겠다.

1. 혐의 정리: 무엇으로 고소할 것인가?

나는 빌런의 행동을 세 가지 범죄 혐의로 정리했다.

  • 스토킹처벌법 위반: 옥상에 올라갈 때마다 의도적으로 따라와 영상을 찍고 불안감을 조성한 행위. (관련사건▶ 6화: "이것도 스토킹이라고요?")
  • 모욕죄: 수많은 녹취록에 담긴 "니미 씨발", "개같은년" 등 경멸적인 욕설.
  • 명예훼손: 여러 이웃이 있는 공용 공간에서 나를 '또라이' 등으로 지칭하며 사회적 평가를 훼손한 행위.

2. 고소장 작성 및 증거 준비

형사 고소장은 경찰과 검사에게 **"이 사람이 이런 죄를 지었으니, 수사해서 처벌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문서다. '범죄사실' 항목에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육하원칙에 따라 최대한 상세하고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그리고 각 사실마다 (증거자료: 녹취록 1번, 동영상 1번 참조) 와 같이 내가 가진 증거와 연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소송의 첫 단계인 내용증명 작성법이 궁금하다면 내용증명 A to Z 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찰서로: 클릭 한 번과는 다른 무게감

모든 준비를 마친 9월 4일, 나는 수십 장의 증거자료와 갓 출력하여 온기가 남은 고소장을 봉투에 넣어 들고, 직접 경찰서 민원실을 찾아갔다.

나중에야 형사 고소도 '형사사법포털(KICS)'이라는 사이트로 온라인 접수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지만, 그때의 나는 직접 가야만 했다. 차가운 모니터 화면에 파일을 첨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내 얼굴을 보고, 내 목소리로, 내 손으로 직접 이 서류를 제출해야만 나의 억울함과 분노가 조금이라도 전달될 것 같았다.

민원실 창구의 경찰관에게 서류를 건네고 "고소장 접수하러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드디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이 실감 났다. 민사소송이 '내 돈 내놔'라는 싸움이라면, 형사고소는 '당신은 범죄자입니다'라고 국가에 정식으로 알리는 행위였다. 접수증을 받아들고 경찰서를 나오는 발걸음의 무게가 그 어떤 때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이제 공은 경찰에게로 넘어갔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고소장이 빌런에게 전달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소장을 받아들고 당황하며 두려워할 빌런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난 27년간의 서러움이 조금은 씻겨나가는 듯한, 그런 지독한 통쾌함을 느꼈다.

다음 화 예고

형사 고소장이 날아가는 동안에도, 나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빌런이 개인 창고처럼 사용하던 '옥탑' 차례다. 민사 2차 소송인 **'옥탑 무단 점유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과, 드디어 빌런 측 변호사에게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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