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빌런과의 사이다 복수극 제11화
기다림마저 무기로... 빌런의 숨통을 조이는 3차 민사소송 (계단 점거 편)
지난 10화에서 경찰의 '위험한 제안'을 받고 찜찜한 마음으로 경찰서를 나온 나는,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에 들어섰다. 형사 사건은 고소인 조사가 끝난 뒤에도 증인 조사, 피고소인 조사 등 여러 절차가 남아있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싸움이었다. '스토킹' 혐의가 빠졌다는 불안감과, 형사고소가 민사소송에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이 시간마저 빌런의 숨통을 조이는 또 다른 무기로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전선을 넓히다: 이번엔 '계단'이다
나의 세 번째 공격 목표는 빌런이 개인 창고처럼 점유하고 있던 **'공용 계단'**이었다. 빌런에게 '공용'이라는 개념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옥상과 옥탑을 개인 왕국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모든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유일한 통로인 계단까지 사유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었다. 빌런은 정체불명의 건축 자재와 날카로운 폐기물들을 계단참 구석에 아무렇게나 쌓아두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것은 물론, 화재라도 나면 저것들은 모두 유독가스를 내뿜는 시한폭탄이 될 터였다. 몇 번이나 치워달라고 요구했지만, 빌런은 언제나처럼 무시로 일관했다.
이건 더 이상 옥상 빨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가족과 이웃이 매일 오르내리는 '계단의 안전'에 대한 문제였다. 그리고 나는 이 안전에 대한 권리마저 돈으로 받아내기로 했다.
3차 소송장 작성: '계단 청소비'를 청구하는 법
2025년 1월 6일, 나는 세 번째 민사 소송장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첫 소장은 4시간, 두 번째는 3시간... 이제 세 번째 소장을 쓰는 내 손은 망설임이 없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아프게 할 수 있을까'하는 냉정한 분노만이 가득했다.
'나 홀로 소송'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내가 청구금액 150만 원을 계산한 방법을 공유한다.
계단 청소비 (60만 원):
논리: 빌라 계단은 주민 모두가 깨끗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빌런이 쌓아놓은 폐기물 때문에 청소가 불가능했고, 우리는 더러운 계단을 이용해야만 했다. 이는 명백한 손해다.
계산: 주변 청소 용역의 월평균 비용(5만 원)을 기준으로, 지난 9년간의 청소비용을 계산했다.
월 50,000원 x 12개월 x 9년 = 5,400,000원
나의 지분: 이 손해를 9가구로 나누면, 우리 집의 피해액은 600,000원이다.
정신적 위자료 (90만 원):
위험한 폐기물을 보며 느껴야 했던 불안감, 더러운 환경으로 인한 불쾌감, 그리고 권리를 무시당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900,000원을 청구했다.
그렇게 최종 청구금액은 1,500,000원이 되었다. 소송에 드는 실제 비용을 생각하면 큰 액수는 아니지만, 이건 돈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추가 고소가 아니었다. 상대방이 형사 고소와 두 개의 민사 소송을 방어하고 있을 때, 전혀 다른 방향에서 또 다른 창을 던지는, 상대를 지치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법적 다툼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다양한 방법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나는 계단에 쌓인 쓰레기 더미 사진들을 하나하나 증거로 첨부하며 소장을 완성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제출' 버튼을 눌렀다.
▶ 다음 화 예고
세 개의 민사소송 그물망을 촘촘히 쳐놓은 사이, 드디어 6개월 넘게 소식이 없던 형사 사건에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빌런은 과연 어떤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을까? 그리고 빌런의 첫 반응은? 다음 편에서는 길었던 경찰 수사 결과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겠다.